역대 정부 남북경협의 평가와 향후 남북경협의 방향
- 출처
- 한국개발연구원(KDI)
- 조회수
- 79
- 저자
- 조동호
- 발간연월
- 2025년 11월
- 페이지 수
-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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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5-12-23 14:36:23
2010년 천안함 사건에 대응한 우리 정부의 ‘5⋅24 조치’로 진행 중이던 개성공단 사업을 제외한 모든 남북경협이 금지된 지 15년이 되었다. 유일하게 남았던 개성공단도 2016년 전면 중단되었다. 2025년은 남북경협이 완전히 끊어진 지 10년이 되는 해였다. 이제 남북경협이란 단어는 박제가 되었다. 사람에 따라서는, 남북경협이나 조선 시대나 마찬가지 느낌일 수 있다. 어차피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흘러간 역사 속의 한 부분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남북경협이 과거 역사의 한 부분과 다른 점이 있다면, 되살아날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남북경협은 완전히 사라진 것이 아니라 잠시 멈추었을 뿐이라는 뜻이다. 애초에 우리 정부가 중단을 선언했고, 최근엔 북한도 ‘적대적 두 국가’라며 남북경협을 불온시했지만, 상황이 변하면 남북경협은 다시 시작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보자. 올해 말이든 내년이든 북미 정상이 만나고,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의 핵을 인정하고 경제제재 해제까지 해줬다고 치자. 그러면 북한은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인가. 김정은은 맘 편히 지낼 수 있을 것인가. 아닐 것이다. 돌이켜 생각해 보자. 2012년 집권하자마자 첫 번째 공개연설에서 주민들에게 했던 김정은의 약속이 왜 다시는 허리띠를 조이지 않게 하겠다는 것이었는지를. 2013년에는 경제 건설을 핵 개발과 같은 위상에 올린 ‘병진’을 자기 시대의 슬로건으로 발표했고, 2016년 신년사에서는 “우리 당은 인민생활문제를 천만가지 국사가운데서 제일국사로 내세우고있습니 다”라고 말해야 했을지를. 이유는 명확하다. 핵은 외부로부터 체제를 수호할 수단이지만, 내부로부터 정권을 지킬 방법은 경제이기 때문이다. 먹고사는 문제가 힘들어지면 주민의 지지는 떨어지고, 아무리 독재라 하더라도 정권 안정성에 영향을 받기 마련이다. 그래서 핵 개발을 지속하면서도 틈날 때마다 경제를 강조했고, 2023년 말부터는 ‘지방발전 20×10 정책’을 시작해야 했던 것이다. 2018~19년 싱가포르와 하노이에서 북한이 요구한 것도 경제성장을 위한 경제제재의 완화였다. 그런데 북미 협상의 결과로 핵 보유를 인정받게 되었고 경제제재가 철폐되었다고 해도, 경제는 당장 좋아지지 않는다. 내부 자본 축적이 크게 부족한 상황에서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외부 자본 유입이 필수적인데, 정치적 리스크가 큰 데다가 핵까지 가진 나라에 진출할 기업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경제제재가 없던 시절에도 북한과 무역할 품목은 극히 제한적이었고, 대북 투자도 거의 없었다. 더욱이 경제협력에 가장 적극적일 남한에 대해 ‘적대적 두 국가’라고 못 박아서 남한 기업은 아예 북한에 올 수도 없다. 남한 기업조차 나서지 않는 상황에서 외국 기업이 선뜻 대북 경협에 나설 리 없다. 설령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협상에서 막대한 양의 경제 지원과 투자를 약속한다고 해도, 트럼프 대통령의 스타일로 볼 때 그 부담을 온전히 미국이 질 리가 없다. 오히려 부담의 대부분은 우방국들이 질 것이고, 십중팔구 우리가 가장 큰 몫을 감당해야 할 것이다. 북한은 ‘적대적 두 국가론’을 폐기하든, 슬그머니 ‘적대적’이란 수식어를 지우든, 남북경협의 문을 열 수밖에 없다. 결국 어떤 경로를 통하든, 남북경협은 재개될 것이다. 단지 시간과 방식의 문제일 뿐이다. 남북경협을 다시 생각해 보는 것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